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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현 교수 / 부경대학교 기계공학과

 

다물체 동역학 1세대 연구자분들을 보며

1995년도 대학졸업 후 회사 연구소에서 기구의 모션을 컴퓨터로 구성을 하여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것을 지켜보았을 때의 놀라움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움직임을 컴퓨터로 구현했을까? 흥미와 궁금증은 제가 회사에 더 이상 계속 근무할 수 없도록 만들었고, 결국 대학원 전공을 다물체 동역학으로 정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의 1세대의 다물체 동역학 그룹은 1980년대에 미국 유학에서 DADS나 ADAMS 개발에 참여하셨던 분들로서, 아직까지도 왕성한 활동들을 하고 계십니다. 미국에서의 프로그램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독자적인 프로그램 개발을 추진하여 경희대 최진환 교수와 한양대 배대성 교수가 개발한 RecurDyn과 DaFUL이 상용화에 성공했고, 상용화는 못했지만 부산대 유완석 교수팀이 AutoDyn7을 개발한 바가 있습니다. 한국의 다물체 동역학 1세대는 프로그램 개발에도 힘썼지만, 다물체 동역학을 이용한 자동차나 중장비 등 제조업의 기술성장에 아주 커다란 공헌을 하였습니다. 1세대의 제자들이 자동차나 중공업, 전자회사등 주요 제조업체에 진출하고 다물체 동역학을 이용한 개발을 수행하여 우리나라 개발 능력을 한층 끌어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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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의 활동들 중 두드러지는 분야가 바로 학회관련 사항들입니다. 주로 유럽인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고 있는 다물체 동역학 분야에 아시아의 대표자로 당당히 나선 것입니다. 최초의 다물체 동역학 국제학술회의는 1977년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IUTAM (International Union of Theoretical and Applied Mechanics) Symposium on Dynamics of Multibody Systems 으로서 초기 다물체 동역학 연구자인 Kurt Magnus에 의해 개최되었습니다. 한국의 다물체 동역학 1세대 그룹은 일본과 접촉하여 2002년 8월에 제1회 ACMD(Asia Conference on Multibody Dynamics)를 개최하였습니다. 이 때 부산대 유완석 교수가 한국대표로 ACMD 조직에 관여하셨고, 그 후 매 짝수년 마다 개최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의 다물체 동역학 연구그룹의 성공적인 활동으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한국의 다물체 동역학 연구그룹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2010년 ASME, IFTOMM, IUTAM, KSME, JSME, ECCOMAS 학회의 대표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International Steering Committee)가 결성되고, 매 짝수년에 통합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을 하여 2010년 핀란드에서 제1회 IMSD (International Joint Conference on Multibody System Dynamics)이 개최되었습니다. 한국의 다물체 동역학 그룹은 제1회 IMSD 때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2014년도에 아시아 최초로 제3회 IMSD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하였습니다. 이렇게 다물체 동역학의 최고 수준의 국제학술대회를 한국에서 성공리에 개최하게 된 것은 그만큼 1세대 연구그룹의 역량이 컸다는 증거입니다. 다물체 동역학 관련 연구자들은 기계학회에서도 그 수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계학회의 주축으로 부각하였습니다. 한국 다물체 동역학 그룹의 대표적인 리더이신 부산대 유완석 교수는 2011년에 55대 대한기계학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한양대 유홍희교수는 2015년 현재 59대 대한기계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1세대의 다물체 동역학 그룹의 활동은 너무나 눈부셨고, 이 분들의 업적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 입니다.

 

세계 다물체 동역학 연구자들을 만나며

저는 운 좋게도 다물체 동역학 분야가 한창 발전하고 꽃 피우던 시절에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2002년 일본 이와키에서 개최된 제1회 ACMD에 참석하였을 때, 한국에서 온 발표자들은 주로 식 유도와 시뮬레이션 수행과 관련된 발표가 많았고, 일본은 주로 상용프로그램을 사용한 시뮬레이션과 실험수행과 관련한 발표가 많았습니다. 그때 제가 받은 느낌은 일본은 주로 실험연구를 많이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론 부분은 한국보다 뒤처진다는 느낌이였습니다. 2010년에 제1회 IMSD에 참석했을 때는 유럽의 수준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복잡한 식의 유도와 해석기법들의 수준이 매우 높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절대 절점좌표를 이용한 공식화나 다양한 접촉기법 등 단시간에 할 수 있는 연구가 아니라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서만 결과를 낼 수 있는 연구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극히 이론적인 연구로서 장기간에 걸쳐 심도 있게 연구해야 하는 주제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들 나라들에서는 이러한 연구테마도 연구비가 지속적으로 지원되는구나’ 라고 생각했고 우리나라와는 다른 환경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세계 다물체 동역학 분야 연구자들의 연구 분야를 보면, 접촉해석과 더불어 유연체 연구분야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연구자들은 바이오 분야나 차량동역학 분야관련 연구가 많은 편입니다. 또한, 전통적으로 연구해오던 다물체 동역학 분야의 주제를 벗어나 융합하는 분야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특히 유체역학과의 융합이나 입자동역학과의 융합 등이 연구되고 있고, 엄청난 계산량을 감당하기 위해 병렬 컴퓨팅 분야도 많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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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한국 다물체 동역학을 생각하며

한국의 다물체 동역학 분야를 이끌어 오신 1세대 연구자들의 공로는 이루 열거하기 힘듭니다. 세계 속에 한국의 다물체 동역학 연구 성과를 우뚝 솟게 만들었고 산업계에 많은 발전을 견인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러한 성과와 발전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2세대 다물체 동역학 그룹이 강해야 합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2세대의 연구자로 Peter Eberhard(독일, 슈투트가르트대학), Aki Mikkola (핀란드, 라핀란타대학), Dan Negrut (미국, 위스콘신대), Hiroyuki Sugiyama(미국, 아이오와)등이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 대학에서는 다물체 동역학 분야로 신규 임용되는 교수들이 드뭅니다. 많은 학교에서 엄청난 연구 실적을 가진 연구자를 교수로 채용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다물체 동역학을 전공한 분들이 학교에 임용되는 것이 어려운 현실입니다.

전통적인 다물체 동역학 이론에 최신 연구동향을 반영한 응용연구를 훌륭히 수행하여 빼어난 업적을 갖춘 우수한 연구자가 많이 임용되어 세계 속에 한국의 다물체 동역학 그룹을 이끌 수 있는 시절이 어서 오길 기대해봅니다. 끝으로 제안을 하나 하고 싶습니다. 현재 산업계나 연구소 등에 2세대 연구자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예전에 구성하였던 다물체 동역학 연구회를 좀 더 활성화 시켰으면 합니다. 매년 2회의 정기세미나를 개최하고, 산행이나 워크숍 등을 개최하여 이들 연구자들을 모으고 정보를 교류하며 친목을 다져나간다면, 향후에도 한국의 다물체 동역학 그룹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