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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완석 (부산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대한기계학회회장)
1. 대학을 기계과로
40년 전 , 대학 입시를 앞두고 진학할 학과를 선택할 즈음 아버지는 법대로 진학하기를 원하셨고, 의대를 선호하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법대에 가면 잘못을 저지른 사람만 평생 만나야 되고, 의대에 가면 평생 아픈 사람만 마주하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하여 공대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공대하면 기계과’라는 생각에 저는 기계공학과를 택하게 되었고, 1972년, 서울대학교 기계과에 입학하게 되며 기계공학을 접하게 되었고, 카이스트(KAIST)에서는 석사논문을 위해 최적설계분야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지도교수 곽병만교수) 그 후, 미국의 아이오와 대학 (Univ. of Iowa)으로 유학을 가 탄성다물체동역학(flexible multibody dynamics)이라는 분야로 박사학위논문(지도교수 Edward J. Haug교수)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약 30여 년을 다물체동역학분야 연구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공과대학에 입학하면 배우게 되는 공업역학(engineering mechanics)은 물체가 정지하고 있을 때 힘의 평형을 다루는 정역학(statics)과 운동하는 물체의 힘과 운동과의 관계를 다루는 동역학(dynamics)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동역학은 다시 시간에 따른 운동을 다루는 운동학(kinematics)과 힘과 운동의 관계를 다루는 운동역학(kinetics)으로 나뉩니다..
운동을 기술하기 위해 선정하는 좌표(coordinates)의 종류가 다양하고, 운동역학을 해석하는 방법도 여럿인지라 동역학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동역학은 학점 따기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역학을 전공하는 학자인 저는 ‘어렵다’는 말보다는 ‘재미있다’는 말을 주로 사용합니다. 일생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움직임(motion)이 동역학에 속하기 때문에 ‘어떤 원리로 저렇게 움직이는가?’를 밝혀 보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2. 동역학의 발전
동역학의 역사에 있어서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 뉴턴(Isaac Newton, 1642-1727), 라그랑지(Joseph-Louis Lagrange, 1736-1818)와 같은 여러 학자들이 돋보이며,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이 큰 업적을 이룬 학자라 할 수 있습니다.
1950년대의 공학 컴퓨터의 발달을 바탕으로 1970년대에는 여러 개의 물체로 이루어진 시스템의 동역학인 다물체동역학(multibody dynamics) 분야 연구가 태동되고, 1980년에 들어와서는 탄성체가 포함된 시스템의 다물체 동역학을 다루는 탄성다물체동역학(flexible multibody dynamics) 해석이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대변형(large deformation)이 수반되는 시스템의 동역학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대변형이 포함된 시스템의 동역학 해석을 위해 절대좌표계의 원점으로부터 변형을 기술하는 ANCF(Absolute nodal coordinate formulation)가 제안되었으며,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대 변형 문제의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매칭시키는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다물체 동역학의 적용 영역이 넓어지면서 더 이상 동역학 해석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다분야통합해석(multi-disciplinary, multi-physics)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3. 재미있는 동역학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공부할 때의 추억을 조금 더듬어 보겠습니다. 대부분의 유명한 교수들이 그러하듯 저의 지도교수였던 하우그(Haug)교수도 오로지 자신이 하는 연구만 생각하는 ‘일벌레(workaholic)’ 였습니다. 긴 시간 비행기를 타고 해외 출장을 갈 때면, 비행기 속에서 읽을 논문들을 챙겨서 떠나곤 했으며, 귀국할 때는 집으로 가지 않고 곧바로 연구실로 돌아오곤 하였습니다. 그럴 때면, ‘학회에 참석하여 다른 연구자가 발표하는 내용을 들어보니 상당히 재미있는 내용이라 좀 더 알아보고 싶어 바로 연구실로 왔다’고 하셨습니다.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는 동안에는 지도교수와 학생이 논문 내용에 대해 자주토론을 하게 됩니다. 가끔씩 쉽지 않은 내용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질 때면, ‘왜 너의 논문을 가지고 나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느냐? 나는 내 박사학위 논문 쓸 때 알아서 다했는데…”라곤 하셨고, 저는 ‘이런 토론이 싫으면 왜 저의 지도교수님이 되셨는가?”라고 하면서 서로가 웃곤 하였습니다.
이렇듯 동역학은 때로 ‘어느 것이 옳은가?’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복잡한 현상에서 나타나는 운동에 대한 답을 제대로 찾아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지만, 이를 제대로 찾아나가는 즐거움은 마치 등산가가 아무도 정복하지 않은 미지의 봉우리를 향해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것과 비슷한 즐거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4. 한국의 동역학을 세계로
1980년대에 많은 한국의 학생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동역학을 배웠습니다. 1980년대 아이오와 대학(Univ. of Iowa)의 하우그(Haug)교수는 다물체동역학 분야에서 큰 연구 그룹을 이끌고 있었는데, 당시 한국 학생들이 그 연구 그룹에 많이 참여하였으며, 그 중 많은 분들이 학위를 마친 후 한국으로 귀국하였습니다.
1990년대에 들어와서 미국에서 동역학을 배웠던 이들 학자들이 여러 그룹으로 뭉쳐서 다물체동역학 해석용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기 시작하였는데,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펑션베이(FunctionBay)의 리커다인(RecurDyn)과 부산대학교 연구팀이 주축이 되어 만들었던 오토다인(AutoDyn)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
리커다인은 개발 후 상용화에 성공하여 현재 전 세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저는 리커다인이 현재까지의 성공을 발판 삼아 한국의 동역학을 세계 속의 동역학으로 발전시키는 중요한 터전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리커다인을 이용한 우수한 논문들에 대한 후원 및 국내외의 유명한 학자들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물체동역학 분야에서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아담스(ADAMS)라는 프로그램의 경우, 세계적인 연구 그룹과의 관계가 멀어지고 나서 더 이상 새로운 모듈(module)이 발표되지 않고 있습니다. 새로운 제품이 나오지 않는 회사의 장래는 밝지 않습니다. 한국의 동역학 전공학자들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펑션베이를 지켜보면서 후원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5. 세계로 미래로
대부분의 벤처기업은 소규모 기업에서 보다 큰 기업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펑션베이도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는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생각됩니다.
최근 평션베이는 다물체동역학 분야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가장 큰 시장인 중국과 이 분야의 기술이 한국 보다 앞섰던 유럽에서의 성공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므로, 조만간 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확신합니다.
동역학에 뿌리를 둔 리커다인이 이제 세계를 이끌어가는 CAE 소프트웨어로 도약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하여 먼저, 펑션베이에 종사하는 임직원 모두의 자세가 바뀌길 바랍니다. 몇몇 소수만의 기업이 아닌 전세계를 상대로 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사보를 만들고 이 분야의 문호를 이끌어가는 시도도 좋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세계 속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로 뭉쳐지길 바랍니다.
저에게 있어서 동역학과 함께한 30년은 재미있고 보람된 삶이었습니다. 한국의 동역학이 세계 속에 우뚝 서는 그 날까지, 한국의 소프트웨어가 세계 일류 상품으로 자리 매김 하는 그 날을 기대하며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우리들의 사명을 성실히 감당할 것을 다짐해봅니다.